잔디밭
온통 푸른 잔디밭을 사람들은 좋아한다.
푸르름의 신선함 때문일까. 왠지 푸르른 잔디밭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눕고 싶고, 뒹굴고 싶고, 뛰어다니고 싶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잔디밭에 눕는다. 잔디밭을 걷는다. 잔디밭을 뛰어다닌다.
잔디는...
마구마구 짓밟힌다. 쓰러진 잔디가 다시 일어날 틈도 없이, 무참히 짓밟힌다. 뿌리까지 짓밟힌 잔디는 결국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 짓밟히는 게 싫어 잔디는 다시는 그 땅에 뿌리내리지 않는다. 푸르름의 잔디가 사람들의 기분을 맑게 해 주었지만, 욕심 많은 사람들은 보는 기쁨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잔디를 마구마구 짓밟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남는 건, 잔디밭을 가로질러 길이 나 있는, 군데군데 누런 땅이 드러나 있는 처량한 잔디밭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말한다. 잔디밭이 저게 뭐냐고. 정말 심하다고.
그러면서도...
오늘도 우리학교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다.
- 4331.0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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