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0.08.07 (월) 18:30
한국전쟁으로 막대한 생태계 피해를 본 지리산은 67년 국내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관광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리산은 무차별적인 개발 물결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산허리를 깎아지르는 횡단도로,계곡마다 들어선 위락단지,물 흐름을 거스르는 대규모 댐 등이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지리산 파괴의 예로 지난 89년 건설된 성삼재(1090m) 도로를 꼽는다．천은사 입구에서 성삼재,달궁으로 이어지는 총 36.7㎞의 2차로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수십개의 봉우리가 건설장비에 깎여 나갔다．여기에다 도로 중간에 대규모 주차장을 만들면서 생태계 등 환경피해는 더욱 극심해졌다．
성삼재 도로 뿐만 아니라 20여개의 지리산 등산로 입구를 연결하는 도로가 90년대 들어 잇따라 개설됐다．계곡물은 흙탕물로,맑은 공기는 매연과 소음으로 뒤섞이기 시작했다．한시적인 입산 금지 조치도 지리산 환경파괴를 막는데는 미봉책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고 환경단체는 지적하고 있다．
환경파괴의 정도가 가장 심각하기는 대규모 댐 건설이다．정부의 물관리 정책에 환경 문제는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결과 지리산 인근 경남지역에만 남강 합천 하동댐과 지리산 양수댐 2기가 이미 건설되었거나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 한전이 지난 94년 착공한 지리산 양수댐은 산봉우리를 가로질러 콘크리트와 자갈로 댐 벽을 막는 대규모 공사로 인한 토사유출에 따른 환경 파괴가 심각한 수준으로 지적되고 있다．
80년대 후반부터는 각종 위락시설 개발도 줄을 이었다．○○콘도 등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대기업과 정부 산하단체가 대규모 수련원을 건설하기도 했다．개발을 명분으로 한 도로 건설 및 위락단지 조성,댐 건설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지리산=이용훈기자 co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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