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사설/칼럼] 2000.08.13 (일) 19:04
柳在用 <소설가.송파문화원장>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옆 대형 농수산물유통센터인 가락시장에서는 여름이면 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그 앞길을 지날 때면 코를 틀어막아야할 지경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썩는 냄새를 풍겨내는 곳은 가락시장 뿐이 아니다.
여기저기 산재한 골목시장에서도 썩는 냄새를 풍겨내며, 시장에서 멀리 떨어진 주택가라고해서 썩는 냄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복더위다. 더위는 생명체의 신진대사를 왕성하게해 성장을 촉진시킴과 아울러 노폐물의 부패도 촉진시킨다. 노폐물의 부패는 노폐물을 생명체의 순환고리로 환원시키기 위한 자연의 섭리다. 썩는다는 것은 그것이 태어나고 자란자연으로 흙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썩어야 흙이 될 수 있고 흙이 되어야 새로운 생명체를 길러내는 자양분이 되어 다시 생명체로 살아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썩는 냄새가 눈살을 찌프리게 할만큼 콧속을 파고들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냄새로구나」하는 생각을 일깨워 불쾌감을 씻어내려고 노력해보기도 한다.
그래, 쓰레기는 빨리 썩어야 하고, 썩는 일에 냄새가 반드시 따르는 것이라면 불쾌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리라.
문제는 썩되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이 막힌 쓰레기와 썩지 않는 쓰레기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은 원칙적으로 두가지다. 불로 태워 없애는 방법과 흙에 묻어 썩혀 없애는 방법이다.
불에 넣어도 타지 않고, 흙에 묻어도 썩지 않는 쓰레기 처리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불에 타고 썩는 쓰레기만이라도 즉시즉시 처리할수만 있다면 환경은 훨씬 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까닭이 무엇일까. 쓰레기를 가장 많이 쏟아내는 도시의 땅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기 때문일까. 도시가 비대해지고 그 도시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어 쓰레기를 운반하는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일까.
뭐니뭐니해도 첫번째 원인은 사람들의 삶이 쓰레기를 너무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리라. 하기는 삶은 쓰레기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최소한의 분량보다 몇배 몇십배 몇백배의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치워지지 않고 쌓여 있는 쓰레기와 그것들이 쏟아내는 악취를 도처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내부, 몸속에 의식속에 쌓여올라 악취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떤 사람은 지구가 온통 쓰레기로 뒤덮이고 사람들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이 쓰레기 냄새로 가득차 있다는 환상에 빠져들기까지 했다. 그래. 이대로 계속된다면 그것은 환상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로서 사람들 주위에 자리잡을 것이다.
그런데 그 쓰레기는 먼저 외부에 쌓이고 난 뒤에 사람들의 몸속으로 마음속으로 침투해 들어온 것일까. 거꾸로 사람들의 몸속에 마음속에 먼저 쌓이고 넘쳐 밖으로 흘러나간 것일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적정선 이상의쓰레기는 낭비벽이 만들어내고, 낭비벽은 공허한 마음이 원인이다.
자신의 존재이유와 존재가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텅비어 가벼워져 방향 잃고 떠도는 마음을 사치로 채우고 허영으로 무게를 잡아보려는 짓거리가 낭비벽이다.
그런데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낭비벽의 병균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까. 낭비벽환자도 여러 단계일 것이다. 말기환자, 병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 초기환자, 병균에 감염되었으되 발병은 하지 않은 예비환자, 감염되지는 않았지만 병균에 노출될 예상감염환자, 그리고 건강인.
낭비벽환자들은 자신들을 정당화시키고 합리화시키면서 쓰레기를 양산해낸다. 감염되지 않은 건강인들은 어떤가. 그러나 그들도 온전한 건강인이 아니다. 그들은 피해의식과 무력감에 빠져 있다.
그들은 거꾸로 자신을 쓰레기로 생각하기도 한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수행할 수 없는 데에 대한 자책감에서일까. 양심은 최후의 승리를 외쳐대지만 당장은 나약하기 이를데 없다.
양심은 외롭더라도 당당해야 하는데 반대로 소외감으로 스스로의 팔다리를 칭칭 동여매고 골방 깊이 틀어박힌 형국이다. 세력이 한껏 팽창한 물질주의와 탐욕을 나약한 양심과 쇠력한 정신이 어떻게 막아낼 수가 있겠는가.
불타지도 썩지도 않는 쓰레기를 양산해낸 것도 스스로 불타 없어지기를 거부하고 썩어지기를 거부하고 개체로 영원히 살아남겠다는 탐욕의 짓거리일 터였다.
그 탐욕이 대자연의 신진대사인 순화의 섭리를 파괴해 처치불능한 쓰레기로 지구표면을 뒤덮게 만들고 나아가 팀욕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쓰레기인 독극물이 공기를 오염시키고 물을 오염시키고 땅을 오염시키고 이윽고 사람의 심성을 오염시키고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사람의 탐욕은 사람 자신을 지구의 우주의 쓰레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신은 쓰레기로 변한 인간을언제까지나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는 이렇게 쓰레기의 운명을 받아들일 것인가. 무엇과 부딪쳐서라도 멈춰서서 달려온 길을 한번쯤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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