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사설/칼럼] 2000.08.14 (월) 20:22
玉瑩吉 <수필가·송파구청녹지과장>
산허리가 잘려나가고 산자락이 파헤쳐지고 강이 막히고 바다가 메워진다고 야단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어찌 자연환경이 옛날같이 온전히 보전될 수 있을 것인가.
작은 풀벌레 한 마리가 살아가는 데에도 나뭇잎을 몇잎씩이나 먹어치워야하고 개미 몇마리가 모여 사는 집도 땅속으로 굴을 파고 굴속으로 물이 흘러들지 못하도록 흙으로 둑을 쌓아야 하는데 하물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보면 파헤치고 메우고 쌓아올리고 허물고 하는 일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대책없이 훼손만 일삼는 데 있으며 무질서한 난개발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것이 주택문제·교통문제·경작확충·재해예방·레저시설 제공 등 경제적으로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불가피한 개발의 경우라면 개발사유의 합목적성에 따라 자연훼손 부담금을 차등하여 물게 하고, 그 재원을 도시환경림조성기금으로 하여 과밀한 기존의 도심에 토지를 매입한 후 공원이나 녹지를 조성하는 「녹지환경의 상호교환조성제도」를 택해 보는 것이 어떨까.
물론 훼손하는 것과 복원하는 것이 꼭 같은 면적일 수는 없다. 인구가 과밀한 도시에서는 작은 면적의 녹지일지라도 시골의 널따란 녹지보다도 더 값진 기능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원녹지는 도시인들이 숨쉴 수 있고 청량감에 젖을 수 있는 작은 허파꽈리의 구실을 하게 될 것이며, 도시는 차차 쾌적한 삶의 공간으로 바뀌어져 갈 것이다.
우리 몸속에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며 활기찬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런 허파꽈리가 모여 이루어진 허파의 기능이듯이 생활속의 녹지공간이 우리의 도심에 수없이 박혀 있다면 도시는 얼마나 활기찬 생활공간이 될 것인가.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하여 자연환경이 보존되어야 하듯이 어느정도의 개발 또한 불가피한 것이라면, 자연환경의 보존을 위하여는 한쪽을 훼손시키면 다른 한쪽을 복원시키는 상호교환의 유연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조건 개발을 막기만 하는 것도 절대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생활에 있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쾌적성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편익성도 배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올여름들어 수 차례 오존주의보가 발령되었다.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은 자연환경의 파괴에서 오는 2차적 환경파괴라 할 것이다. 숲이 울창한 녹색자연은 대기와 수질을 정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녹색환경은 꼭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어딘가에서 녹색자연을 훼손하는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다른 어딘가에 자연을 복원시키는 환경의 상호주의가 철저히 지켜져야 할 것이다.
지구자연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고 인류의 영원한 생존권을 위하여 지구가 소멸될 때까지 영구히 지켜져야 할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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