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0.11.02 (목) 18:10
2일 오전 10시30분쯤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남한강변 양섬 골재채취장 입구．
여주읍에서 400m 가량 떨어진 이 골재채취장에는 아침나절인데도 모래를 채취하는 기다란 콘베이어가 굉음을 내며 쉴새없이 돌아가고 금세 퍼올린 모래를 실은 15t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비좁은 진입로를 내달리며 뿌연 흙먼지를 내뿜고 있었다．
3000여평에 달하는 골재채취장 안쪽에는 모래운반용 콘베이어와 자갈을 부수는 파쇄기,골재를 퍼 담는 사이로 등 각종 중장비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옆 도랑에는 모래와 자갈을 퍼올릴 때 생긴 누런 흙탕물과 중장비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름이 뒤범벅된 채 한강으로 그대로 흘러들고 있었다.
이곳에서 300m쯤 떨어진 100여가구 아파트 주민들은 골재채취장에서 온종일 내뿜는 먼지와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공해방지 시설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여주군의 무분별한 골재채취 허가로 여의도 밤섬 면적의 4.6배 규모(7만3000여평)인 양섬이 이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이미 양섬 면적의 40% 가량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또 공사 굉음으로 그 많던 철새와 각종 물고기들이 하나둘 떠나고 강가 습지 주변에 서식하는 버드나무 군락과 물억새 군락지 등도 말라죽어가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하남시 관내 강 한복판에 조성된 12만4000㎡ 면적의 당정섬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예부터 팔당호에서 흘러내려온 모래와 자갈의 자연퇴적 현상으로 강 한복판에 60만평의 거대한 모래섬을 형성,인근 주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해마다 수십여종의 겨울철새와 각종 수생식물,물고기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였던 당정섬은 경기도의 무분별한 골재채취로 지금은 흔적조차 없어져버렸다.
경기도가 지난 84년부터 남한강과 팔당댐 하류 한강을 정비하고 도로건설 비용 등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팔당호 주변 지역인 하남 남양주 양평 이천 여주 등 한강변 일대에서 마구잡이로 골재를 채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지금까지 한강변에서 퍼올린 골재는 모두 15t 덤프트럭 520만대 분량으로 분당신도시 아파트를 건설하고도 남는 양이다. 더욱이 도는 오는 2009년까지 한강변에서 골재를 더 퍼올려 13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이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여주 및 양평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지난달 26일 경기도청을 방문,남한강 개발계획 및 골재채취 사업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지속적인 항의시위를 계속하기로 했다.
여주·이천 환경운동연합 손지 집행위원장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져온 천혜의 수변 일대가 재원마련이란 미명 아래 마구 파헤쳐져 황폐화되고 있다”며 “예전에 아름답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무분별한 골재 채취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주=최진광기자 cjkw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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