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2001.02.19 (월) 17:41
지난 14일 환경부는 경의선 남북연결도로 환경생태공동조사단의 제안을 토대로 건교부ㆍ국방부와 협의한 환경친화적 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비무장지대(DMZ)구간(1.8㎞)에는 산림생태계 보전을 위한 생태터널(140m), 습지보호용 교량(300m), 야생동물의 이동을 위한 생태통로 8개의 설치를 환경저감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설이 들어가게 될 지역에는 96종의 육상식물과 87종의 수생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76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도로건설이 생태계 구성요소(종, 군락, 서식처, 생태적 과정과 기능)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종이나 서식처 파괴와 상실, 서식처의 단절, 자연수문 과정의 교란, 생태적 기능의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환경친화적 도로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저감방안이 이와 같은 생태계 구성요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복원생태학의 이론과 접근방법에 바탕을 두어 신중하게 설계하고 시공할 필요가 있다.
복원생태학이란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간섭에 의해서 훼손된 서식처나 생물종을 훼손 이전 상태나 유사한 상태로 되돌리는 기법에 관한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최소한의 관리로부터 훼손된 서식처를 원형으로의 재생, 그리고 새로운 서식처를 조성하는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산림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노력으로는 절개면과 사면의 복원 녹화, 생태숲 조성, 자연산림의 생태적 보전과 관리, 자연적인 식생으로의 천이유도 등이 해당될 수 있다.
또한 습지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노력으로는 대체습지 조성, 수질정화습지 조성, 생물종의 서식처 보호를 위한 습지 복원 및 조성 등이 해당될 수 있다.
특히, 습지의 복원에 있어서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훼손된 습지를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복원습지, 새롭게 습지를 만들어주는 창출습지, 기존의 습지 기능을 높이기 위한 향상습지, 그리고 비점오염원을 저감시키기 위한 조성습지 등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생태복원과 창출은 인간의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을 저감하는 방법으로 고려된다.
그러나 50년간 형성되어온 비무장지대(DMZ) 생태계와 같은 것을 만들 수는 없다.
여기에서 생태복원의 윤리문제가 제기된다. 화공작전이나 농지로의 전환 이전의 DMZ 생태계를 조성할 것인가? 아니면 지난 50년간에 걸쳐 진화되어 온 현재의 생태계 상태를 원형으로 하여 복원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와 같은 이론과 접근방법이 남북연결도로 시설을 대상으로 논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생태터널 140m 중 현시점에서 불가피하게 개착되어야 할 구간에 대해서는 평화시 복원을 전제로 시공되어야 한다. 개착지역의 식생과 토양은 최대한 보관했다가 복원에 재이용토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설계와 시공에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남북연결도로 구간과 그 인접지역에서의 환경생태조사는 매립된 지뢰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파악하지 못한 많은 종과 서식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서 생태계 구성요소를 확인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셋째로 도로 가장자리의 관리는 고유식물에 의한 정착에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도로와 산림사이의 나지는 서식환경이 악화되어 외래종이 침입하여 생태적 교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의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넷째로 흄관이나 파형강판의 설치는 배수로의 개념에서 생태통로의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동물의 이동에 필요한 생태적 조건을 충분히 갖추도록 설계되고 유지관리되어야 한다.
다섯째로 전략적 차원에서의 생태복원이 필요하다. 남북연결도로가 지나가는 구간은 좁게는 사천강의 생태지역이며 넓게는 전체 비무장지대의 일부이다.
DMZ을 유네스코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의 지정을 염두에 두고 보다 광역적이며 지역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서식처의 연계기능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중요한 서식처와 도로 사이에는 완충녹지를 조성해야 한다.
자연의 관리는 보존, 보전, 복원 및 창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자연을 치유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 뿐만 아니라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성이 있다.
따라서 DMZ는 우선적으로 보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한 경우에는 복원 및 창출을 통해서 생태계의 패턴과 구조는 달라지더라도 생태계의 과정과 기능은 오히려 향상되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축적된 생태복원 기술은 다른 지역에도 적용되어 DMZ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김귀곤<서울대교수ㆍ조경학ㆍ한국환경복원녹화기술학회 부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