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01.03.03 (토) 10:46
순한 눈을 껌벅거리며 어떻게든 걸어보려고 애를 쓰나 다리는 마비되어 움직이지가 않고 자꾸만 버둥거리다가 급기야는 털썩 주저앉고 만다. 그리고는 입에 게거품을 품고 제 한많은 운명을 받아들이기가 너무도 버거운 듯 힘겹게 치뜬 검은 눈동자는 촉촉히 젖어있다.
텔레비젼 화면에 방영되는 광우병 걸린 소의 가엾은 모습이다.
평생을 인간을 위해 일했고 죽어서도 살 가죽 뼈 꼬리 털 척수 뇌 혈분 등 온갖 것을 바쳤건만 인간이 소에게 선물한 것은 그 끔찍하고 잔인한 질병이다.
초식 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조직적으로 만들어 먹이기 시작한 것은 도대체 어떤 자들의 경망스런 발상이었는지 뒤늦게나마 원망과 탄식을 품어본다.
결국 자연을 거스른 죄로 인간은 엄청난 대가를 치루게 되었다. 자연은 인간이 무모하게 저지른 행위대로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창조자의 섭리를 거스른 대가로 치루고 있는 사례는 그같이 뇌의 조직을 해면처럼 허문다는 광우병뿐만이 아니다. 예기치 못했던 이상 기후나 오존층의 파괴를 비롯하여 현대인의 흑사병이라는 AIDS도 본성에 어긋나는 동성애에 대한 자연의 형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의 오만스런 실험정신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 자유를 표방한 방종은 눈 앞에 보이는 당장의 소득과 쾌락에 눈이 어두워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과학자는 더 많이 더 맛있고 더 크게 만들기 위해 유전자가 조작된 야채와 과일을 만들고 조직의 방임 아래 우리는 일상의 식탁에서 그것을 먹는다. 광우병 같은 무슨 끔찍한 성분이 언젠가 발효될지도 모를 음식물을 섭취하고 화장품을 바르며 현대인의 취향에 맞추느라 갈수록 화학 성분을 더 많이 첨가하는 의상을 입고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폐수를 걸러 음용하며 살고있는 우리의 미래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참으로 소름끼치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 엽기적인 시대를 더러 한탄하는 이만 있을뿐 지금도 갖가지 당위성을 앞세우고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온갖 형식의 자연 파괴를 못 보고 못 들은체 무기력하게 방임하고 있는 인류를 보면 우리의 뇌가 벌써부터 이미 서서히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정말로 엽기적인 염려를 해 본다.
＜김지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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