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0.11.03 (금) 17:14
지난달 30일 전남 나주에서는 시민의 날 행사가 열렸다．이날 영산포 시민의 날 식장에서 김대동 나주시장은 “존경하는 선생님”이라며 노구의 한 목사를 소개했고,김시장은 그에게 상패를 전달하며 90도로 인사했다．
상패의 주인공은 나주시의 모교회라 할 수 있는 나주교회 정남교 목사(69)．제6회 사회복지부문 시민의 상 수상자로 선정돼 감사패를 받은 것이다．정목사는 “별로 한 일도 없는데”라며 상패를 쑥스러워 했다．
선교사들이 설립,10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주교회에 정목사는 지난 75년 부임했다．교회에서 젊은 나이에 과부가 돼 어렵게 자녀를 키우는 한 집사를 만난 것이 계기가 돼 정목사는 빈곤한 가정의 자녀들을 후원하기로 결심했다．우선 교회 성도들을 중심으로 장학회를 조직,첫 성과를 올렸다다．이어 장학회 후원대상을 확대했다．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에게만 주던 것을 고아들에까지 범위를 넓혔다．이렇게해서 지원한 장학금은 현재까지 312명,1억8000만원에 달한다．
“우리 교회 한 장로님이 ‘백민원’이라는 보육원을 운영합니다．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조금이라도 힘이 돼주고 싶어 지금은 저도 그 사역에 동참합니다”
정목사는 “진짜 아름다운 사람”이라며 자신의 사역 파트너를 소개했다．‘부활의 집’을 운영하는 송종운 목사였다．곱추 장애인 목사가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중추 장애인을 돌보는 곳,국가에서 전혀 혜택받지 못하는 이 ‘부활의 집’을 정목사는 돕고 있다．그는 또 노인 30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성노원에도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낸다．
뿐만아니다．정목사는 개인 돈을 털어 어렵게 공부하는 대학생과 신학생을 돕고 있다고 했다．하지만 더 이상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꺼리는 정목사．“우리 김금순 사모도 모르는 일”이라며 기사화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정목사는 “나의 이같은 사역은 모두 교회 성도들과의 의논을 통해 이뤄진다”며 “전 교역자 성도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줘 사회사업선교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며 모든 공을 성도들에게 돌렸다．
정목사는 자신의 목회관인 ‘섬기는 삶’을 하루에도 10여번씩 성도들에게 강조한다．그는 99년에 나주 교회가 두 가지 ‘큰 일’을 해 냈다고 자랑했다．
“매년 경찰의 날이면 추천받은 경찰관 5명을 표창하는 등 그들과 인연을 맺어 경찰선교에 힘을 보태게 된 게 그 하나입니다”
정목사는 전남경목연합회를 만들어 1,2대 회장을 지내면서 연합사업으로 광주 남부경찰서 내에 건축비 2억6000만원을 들여 경찰선교회를 설립했다．지난 98년 준공예배를 드리면서 교회와 성도가 다시 한번 합심 기도했고 그 결실이 마침내 맺어진 것이다．현재 이곳은 권오현 목사가 시무하며 매주일 200명의 전경이 예배드리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광주 무등산에 있던 공군부대가 나주 금성산으로 이전해오면서 부대 안에 사랑의교회를 세운 것이다．이곳은 정목사 자신이 건축위원장을 맡아 부대에서 3000만원을 모금하고 교회에서 5000만원을 후원해 건립했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는데 이게 무슨 큰 공이라고 상을 주시는지,교회에 주신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목사는 내년이면 나주교회를 떠난다．그러나 은퇴를 앞둔 노목사의 할 일은 아직도 많기만 하다．교회 옆에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는 양로원도 세우고 싶고,수양관을 건립해 젊은이들 영성훈련도 시키고 싶다．
“그래도 내 마지막 사역지는 역시 산골입니다．섬이면 더 좋고요．그 곳에서 전도하며 남은 삶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정목사의 주름진 얼굴 켜켜마다 평생을 하나님 사랑·인간 사랑으로 일관해 온 노성직자의 아름 다운 삶의 향기가 가득했다．
/나주=노희경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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