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1.02.26 (월) 11:50
서울의 명문대 노교수 부부가 참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지방의 사회복지대학에 편입학했다.
서울대 심재기(63·국어국문학과) 숙명여대 이인복(64·여·국어국문학과) 교수 부부는 지난 6일 실시된 충북 청원군 현도면에 있는 꽃동네 부설 사회복지과 3학년 편입학 시험에 합격, 다음달 부터 막내 아들벌 되는 20대들과 함께 수업을 받게된다.
사회지도층으로 다른 할일도 많고 퇴임후 안락한 노후를 보낼수도 있는 이들이 늦깍이 공부에 나선 것은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들 교수는 퇴직후 미혼모들의 쉼터 겸 교육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경기도 포천에 1500여평의 부지를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교수 부부는 현재 낮에는 교수와 문학평론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저녁에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 북한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미혼모 등의 쉼터인 ‘나자렛 성가원”에서 삶에 지치고 오갈데 없는 불우한 여성들과 함께 기거하며 아픔을 나누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나자렛 성가원은 이 교수가 지난 89년 대한민국 문학상(평론부문) 상금 등으로 건립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이 성가원을 설립하기 10여년전부터 가정폭력 피해 여성 등을돌보고 있다.
6.25 전쟁이 터져 남편이 납북되는 통에 여섯 딸을 힘겼게 부양하면서도 주변기지촌 여성들에게 따뜻한 밥을 퍼주시곤 하던 어머니에게 감명받은 이 교수는 봉사정신을 유산으로 받은 것이다.
이들 부부교수는 인천 창영초등교 6학년6반 동급생으로 만났다.
심교수는 당시 형편이 어려워 동생들과 함께 천주교회에서 운영하던 고아원에가 있던 이 교수를 찾아 용기를 심어주는 과정에서 사랑이 싹터 결혼하게 됐다.
부부는 자녀 교육에서도 남다른 모범을 보이고 있다.
사돈의 양해를 얻어 네딸의 혼수비용은 뇌성마비 환자의 집과 장애인의 집을 짓는데 쓰거나 나자렛 성가원과 성당 건축기금으로 각각 내놨다.
이 교수는 “미국에 유학중인 막내 딸이 방학때면 성가원에 와 일을 도와주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제대로 배워 여생을 봉사활동으로 보내자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청원=정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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