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행성인 화성은 고대 중국에선 `불의 행성'으로, 그리스·로마 시대엔 `전쟁의 신'으로 숭배됐다. 붉은 빛깔은 화성 표면의 산화철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우주 생물을 찾아라.'

미국의 화성 탐사선 오디세이호가 화성 궤도에 들어 탐사자료 전송을 시작함으로써 수백년에 걸친 `화성 생물체'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실마리가 찾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월 발사 이후 여섯달 보름 동안 4억6천만㎞를 날아간 오디세이호는 앞으로 2년6개월 동안 2시간에 한번씩 화성 궤도를 돌며 화성 생물과 물의 흔적을 집중 탐사하게 된다.

한국천문연구원 김봉규 선임연구원은 “화성에 원시생물이 살았던 흔적이라도 발견된다면, 별 1000억개 규모의 우주 은하 1000억개 속 어딘가의 행성에 진화한 외계 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충분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그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 화성엔 흔히 모래·암석으로 뒤덮혀 사막 같은 황량한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사실 화성은 18세기부터 외계 생물체 존재를 둘러싼 `소문'의 진원지 구실을 톡톡이 해왔다.

19세기 말엔 이탈리아 천문대가 화성에 수많은 직선들이 가로질러 있는 모습을 처음 관측해 화성엔 `수로'가 있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더해 구한말 한때 주한 미국영사관에서 일했던 천문학자 로웰이 이 직선 흔적들을 거대한 인공운하로 해석해 `운하 지도'까지 그려 공개함으로써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김봉규 연구원은 “이후 여섯개의 다리를 지닌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대중소설과 방송이 인기를 얻으며 오랫동안 외계 생물에 대한 공포는 널리 퍼졌다”며 “그러나 로웰이 본 운하는 화성의 협곡을 착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은 1960년 첫 탐사선 `코라블' 이후 지금까지 옛소련과 러시아, 미국이 31차례나 엄청난 돈을 들여 탐사선을 쏘아보낼 정도로 인류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한때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에서 일했던 연세대 변용익 교수(우주천문학)는 “화성을 우주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하려는 게 우주 선진국들의 계획”이라며 “이는 화성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지녀 원시미생물이 살았거나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화성 탐사중인 오디세이호의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40여년간의 화성 탐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화성은 일교차가 100도 안팎에 불과해 태양계 행성들 가운데 사람이 적응할 만한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 김봉규 연구원은 “금성은 납조차 녹일 정도로 뜨겁고 목성·토성·천왕성 등은 가스와 액체·고체가 뒤섞여 발을 딛기도 어려운 환경”이라며 “화성은 지구처럼 대기와 땅이 뚜렷히 구분되어 있으며 고체-액체-기체의 물질 순환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방한·방열 대책만 세운다면 사람도 `화성의 조건'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우주천문학자들은 보고 있다.


 

화성의 지형은 모래와 암석들로 뒤덮인 황량한 사막의 모습을 하고 있다. 또 거대한 화산과 협곡들로 뒤덮여 지구에선 찾아보기 힘든 매우 험준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가장 큰 마리너 협곡은 길이가 무려 4천㎞에 이르며, 가장 큰 화산의 지름은 550㎞나 돼 한반도 전체가 들어갈 만하다. 26㎞ 높이의 화산도 발견됐다. 변 교수는 “화성이 온통 붉게 보이는 것은 산화철 가루들이 모래처럼 덮여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 화성에 산소가 풍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구 지름의 절반 크기인 화성은 35억년 동안 진화해왔다.
 

△ 물이 흘렀을까? 화성 생물체의 근거로 종종 제시되는 먼 과거에 물이 흘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 표면의 흔적들. 오른쪽은 일부 지역을 확대한 모습.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무엇보다 주목받는 것은 화성에 물이 흘렀던 흔적이다. 화성 표면 곳곳엔 물이 흘러 패인 듯한 물길이 무수하게 발견되고 있으며, 극지방엔 지구의 남·북극처럼 거대한 얼음이 철마다 녹고 얼면서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 실제로 관측되고 있다. 지금은 물이 말라버렸지만 땅 속 깊숙한 곳에 지하수가 풍부하게 있을 것이라는 가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속단은 이르다.

변 교수는 “화성 표면에 엄청난 양의 유체가 흘렀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꼭 물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으며 극지방 얼음도 드라이아이스처럼 이산화탄소가 언 것이어서 지구의 물 성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화성 탐사는 옛소련 이후 경제난을 겪는 러시아가 주춤하는 동안 미국이 주도하면서 사실상 `미국의 개척지'가 돼왔으나, 최근엔 일본이 화성 탐사선을 보내는 등 화성 탐사경쟁이 다시 활발해질 조짐이다. 이처럼 우주선진국들이 화성으로 몰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채연석 선임연구부장은 “물의 존재가 확인되면 이는 곧 화성을 `제2의 지구'로 개척할 조건을 최초로 확인하는 것”이라며 “지구 자원이 고갈되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우주선진국들은 수십~수백년을 내다보며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20~30년 안에 화성에 우주공장을 짓는 것은 공상이 아니다”며 “수백~수천년이 걸리더라도 인류의 미래를 우주 개척에서 찾자는 주장이 등장하는 것도 우리 지구의 장래가 이미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