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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22 (일) 18:15
1908년 6월 30일 아침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 원시림 위로 거대한 불덩이가 꼬리를 끌며 나타났다. 불덩이는 지상 8㎞ 지점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서울 면적의 세배가 넘는 침엽수림이 충격파로 성냥개비처럼 쓰러졌고 이에 따른 화재는 2천㎢를 초토화했다. 히로시마 원폭 1천개 분의 위력을 나타낸 퉁구스카 대폭발이다.
소위 '퉁구스 운석' 은 충돌분화구와 파편이 발견되지 않아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저명한 과학저술가 아이잭 아시모프는 80년대에 '퉁구스 운석' 의 미스터리를 서술한 뒤 이렇게 경고했었다.
"이 폭발이 오늘날 모스크바나 워싱턴에서 일어났다면 적국의 핵공격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 96년에 이르러서야 서방 과학자들이 경위를 확인했다.
지름 60m의 소행성이 비스듬한 궤도로 진입해 산산조각나면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외계물체와의 대규모 충돌 흔적은 지구상에서 1백39개 발견됐다. 가장 유명한 것은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서 발견된 직경 1백95㎞의 분화구. 6천5백만년 전 지름 12㎞ 안팎의 혜성(더러운 얼음덩어리)이 충돌한 흔적이다. 이에 따른 먼지구름과 화재로 인한 기상변화는 공룡 전부를 포함, 지구 생물의 70%를 멸종시켰다.
과학자들은 지구 궤도에 근접하면서 지름 1㎞가 넘는 시한폭탄의 숫자는 2천1백개, 1백m 이상은 32만개로 추정하고 있다. 정말 충돌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이 경우의 희생자는 천문학적 숫자가 된다.
대책은 충돌궤도에 있는 물체를 일찍 발견한 뒤 핵폭탄을 통해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영화 '딥 임팩트' 와 '아마겟돈' 에 등장한 시나리오다.
그런데 이 방법을 군사목적으로 원용하는 아이디어가 22일자 외신에 보도됐다.
소행성에 핵폭탄을 계속 폭발시켜 순차적으로 궤도를 수정하면 지구의 목표지점에 돌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소행성 감시기구 스페이스 가드의 니겔 홀로웨이 박사는 "현재의 기술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 고 밝혔다.
" '죽음의 우주골프' 에선 퍼팅(핵폭발에 의한 궤도수정)을 열다섯번 정도 하면 공을 쉽게 홀에 넣을 수 있다. 비용도 국제우주정거장(ISS) 개발비 1천억달러보다 훨씬 적게 든다. "
소행성 충돌을 적국의 공격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아시모프의 경고를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과학 선진국 전체가 참여해 연구.실험할 필요가 크다. 단 지구와 충돌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켜나가게 하기 위해서.
조현욱 문화부 차장 <poemlo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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