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금성(Venus)

  새벽녘 동쪽하늘에서, 또는 해 진 뒤의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을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바로 금성이다. 새벽의 금성을 샛별, 그리고 초저녁의 금성을 태백성이라 부른다.  이름 만큼이나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금성, 그러나 금성의 이러한 겉 모습과는 달리 그 참 모습은 정말 끔찍하다.

(1) 금성의 물리적 성질

  금성은 태양으로부터 약 1억 820만km 떨어진 거리에서 224.7일을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 달리 금성은 공전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243일 주기로 자전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금성의 공전주기보다도 긴 값이다. 태양계의 행성들 중 오직 금성과 천왕성만이 공전방향과 자전 방향이 같지 않은데 이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도 풀지 못하고 있다.
  금성의 적도 반지름은 6,061.8km 정도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크기를 가진다. 또한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지구와 금성은 쌍둥이 행성이라고도 여겨졌다. 그러나 지구와는 달리 금성에는 90기압이나 되는 두꺼운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로 인해 표면 온도가 480도나 되는 불지옥의 세계이다.

(2) 금성의 온실효과

  그 후에 햇살이 강해져 표면의 물이 증발하여 물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었다. 이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초래하여 더욱 더 금성의 표면 온도가 상승했다. 그 결과, 물의 증발과 아울러 이산화탄소의 방출이 더욱 심해지고 온실효과는 자꾸만 높아져 표면 온도가 480도나 되는 불지옥이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금성이 이처럼 뜨거운 표면을 가지게 된 이유를 찾기 위해 여러 해 동안 고심했다. 처음 그들이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것이 금성의 두꺼운 대기 속에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이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였다. 그러나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만으로는 금성의 이런 높은 온도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정도의 온실효과를 나타내려면 금성의 대기속에는 다량의 수분이 함유되어 있어야 한다. 처음의 여러 가지 시도에서는 수분이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으나 최근에 지구의 대기권 밖으로 띄워 올린 관측기기에 의해 금성의 대기 속에는 수증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 금성의 높은 온도가 금성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와 수증기에 의한 온실효과의 결과라고 결론 짓게 되었다.

  금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대기압의 90배나되는 90기압에 이르고 성분은 주로 유황과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금성의 표면에서 고도 50 km의 상공에는 언제나 황산의 구름이 자욱하므로, 낮에도 어둑어둑하고 밤에는 칠흑같이 어둡다.
  구름층에는 매시 360 km 라는 강풍이 불고 있어서 구름을 4일의 주기로 금성을 일주시키고 있다. 구름층 밑부분에는 바람이 없거나 있어도 아주 약한 바람만 있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황산의 구름은 고도 50 km 지점에서 없어지고 그 밑에는 이산화탄소층이 있다. 금성에서 비가 내린다면 그것은 대단히 강한 산성비일 테지만 표면에 도달하기 전에 증발해 버릴 것이다. 금성의 구름 속에는 전기의 방전에 의해 끊임없이 번개가 치고 있다.

<그림 3> 금성 표면의 모습

(3) 금성의 대륙이동?

  1983년 10월, 옛 소련의 금성 탐사기 베네라 15호와 16호는 금성에 도달하여 레이더를 통해 두꺼운 대기의 베일에 싸인 금성에 대규모 습곡산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것은 오스트레일리아만큼의 크기인 이슈타르 대륙에 있는데, 라크슈미 고원을 서, 북, 동의 세 방향에서 포위하는 것처럼 이어진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 산맥의 최고봉은 맥스웰 산인데, 금성의 평균 반지름에 해당하는 높이를 기준으로 하면 11,000km나 되며, 라크슈미 고원이 남에서 이동해 와서 이슈ㅏㅌ르 대륙을 밀어 올려 생긴 대륙의 주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산맥이 생긴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금성의 내부는 지구와 닮았다고 생각되므로 지구와 같은 지질활동이 있을 만도 하다. 그러나 최근까지 금성의 판운동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지형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형을 자세히 해석해 본 결과, 금성에도 대륙이동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지형이 발견되었다. 즉, 금성의 남반구에 있는 '아이노 평원'이라는 저지를 포위하는 두 대륙, 아프로디테 대륙과 라다 대륙의 등고선이 서로 나란히 달리고 있엇던 것이다. 이것은 지구의 대륙이동설의 발단이 된 대서양을 가운데로 하여 서로 마주 보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해안선의 관계와 아주 흡사하다.
  그러나 지구에 있는, 대륙을 쪼갠 상처에 해당하는 중앙해령이나 대지구대(大地溝帶)와 같은 지형을 금성에서는 볼 수가 없다. 앞으로 더욱 정확도가 높은 지형도를 얻을 수 있다면 이들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